IT와 비즈니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CIO들이 IT를 넘어 하이브리드 역할을 맡거나 완전히 비즈니스 리더로 전환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 산하 트리플A 팀 ‘우스터 레드삭스(Worcester Red Sox)’에 있었던 당시 IT 리더였던 매튜 레빈은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재무 및 기술 책임자였던 그는 비용 관점에서 문제를 검토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신기술을 배포하여 혁신을 추구해야 했다.
현재는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의 운영 및 클럽 서비스 부문 시니어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레빈은 회계 및 정보 관리를 전공했으며, 보스턴 레드삭스의 기술 그룹에서 대학 인턴으로 커리어를 처음 시작했다. 그는 졸업 후 해당 기술 그룹의 CFO로 취직했고, 일하면서 공인회계사(CPA)를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야구팀의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구단주가 ‘기술을 이해하는 젊은 회계사’를 찾았다고 레빈은 말했다. 그는 “이때 CPA가 꽤 도움이 됐다. 재무적 관점과 기술적 관점을 모두 갖췄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재무 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는 축복이자 저주였다. 팬 경험 혁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비용적 영향은 어떠한지 함께 고려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올해 1월 우스터를 떠나 MLB로 자리를 옮겼다.
IT와 비즈니스 역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레빈처럼 2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거나 완전히 비즈니스 역할로 전환하는 IT 리더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22 CIO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IT 리더의 84%가 CIO를 비즈니스 및 기술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체인지메이커라고 답했다. 현업 부문의 58%는 소속 기업의 CIO를 전략적 고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28%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콘 페리(Korn Ferry)’ 북미 지사의 기술 부문 책임자 크레이그 스티븐슨은 “CIO/CTO가 기술 생태계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갖춘 전략적 엔터프라이즈 리더로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엔지니어링, 제품,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전문성이 있는 경영진이 CIO와 CTO를 넘어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훨씬 자주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로 기술 업계의 IT 리더들이 IT- 비즈니스가 하이브리드된 역할 또는 비즈니스 역할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상황도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업체 ‘헤드릭&스트러글(Heidrick & Struggles)’의 글로벌 경영 파트너 겸 기술 부문 책임자 데니스 베이든은 “지난해 3건 정도 CIO에서 CEO로 일할 후보자를 물색했다. CIO를 대상으로 후임자를 찾는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런 경우가 많이 없었다. 3건 모두 포춘 500대 기업이었다. 두 곳은 금융 서비스, 한 곳은 소매업체였다”라고 언급했다.
스티븐슨은 비즈니스 역할로 전환하는 기술 리더는 대부분 내부적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IT 리더가 비즈니스 쪽으로 완전히 전향하지 않더라도 수익 창출에 관한 책임을 맡게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책임과 함께 제품, 소프트웨어, 보안, 엔지니어링에 걸쳐 비즈니스 가치, 고객 경험, 통합된 기술 전략을 개선하는 여러 새로운 과제가 결합됐다”라고 덧붙였다.
책임을 공유하다
전자상거래 업체 ‘디지털 리버(Digital River)’에서 16년 넘게 CIO로 재직하다가 최근 COO로 자리를 옮긴 라이언 더글라스의 경우가 그렇다. 디지털 리버가 데이터센터를 없애고 여러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유지관리하고 하드웨어를 조달 및 유지보수 하는 전통적인 IT 역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그는 언급했다.
더글라스는 “디지털 리버가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관한 사고방식을 바꿨다. 고객들이 기술 기반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IT 부문(솔루션 구축)과 운영 부문이 결합돼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IT는 회사의 운영 부서에 통합됐고, 자신의 역할에 고객 중심 지원 서비스를 추가해 계속해서 기술을 감독하고 있다. “IT가 항상 비즈니스 쪽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기술은 많은 비즈니스 부문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에 부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더글라스는 “IT가 소매 부문에 POS(Point of Sales)를 지원한다. 한 인터넷 딜리버리 기업에서 IT는 고객을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라며, “또한 IT 리더는 비-기술 기업에서도 비즈니스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IT의 역할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기술은 문제 해결에만 사용됐다. 이제 디지털 방식으로 변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그룹이 IT 그룹 없이 직접 기술을 소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IT는 어떻게 되는 걸까? 더글라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IT는 컨설팅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 더욱더 비즈니스 지향적이어야 하며, 다른 팀이 기술과 그 결과를 잘 이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술은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접목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든도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많은 H&S의 고객들이 IT 부문을 없애고 이를 비즈니스 부문에 통합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IT가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들이 기술에 정통한 비즈니스 리더를 찾고 있다. 기술이 비즈니스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더 많은 기술 리더가 비즈니스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변화가 장기적인 명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IT 부문을 해체하는 것은 꽤 과감한 선택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 이러한 일이 실제로 발생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클라우드로의 이전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던 것처럼 향후 10년 동안에는 IT가 사라지고 비즈니스에 통합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베이든은 설명했다.
CIO에서 CCO로
‘클라우드웨이브(CloudWave)’의 최고 고객 책임자(CCO) 팀 퀴글리는 의료 IT 서비스의 클라이언트이자 공급업체에서 모두 근무한 바 있다. 그는 플로리다 펜사콜라의 ‘뱁티스트 헬스 케어(Baptist Health Care)’에서 CIO로 일하면서 의료 시스템의 IT 전략과 서비스를 관리했다. 또 ‘올스크립트(Allscripts)’의 클라이언트 딜리버리 부문의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의료 조직에 관리형 및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맡은 바 있다. 그는 “공급업체 및 클라이언트 측에서 모두 경험을 쌓은 덕분에 상황을 잘 파악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퀴글리는 가족과 더 이상 이사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IT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클라우드웨이브로 합류하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약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특히 병원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좋았고, 1년 동안 한 고객이 아니라 여러 고객과 일하는 것이 좀 더 활기를 불어넣어 주리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웨이브는 IT 부문의 인력 확보 및 유지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와 병원을 대상으로 호스팅 및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이러한 고객들이 번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매우 보람차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퀴글리는 컨설턴트로 보낸 시간을 포함하여 의료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겪은 경험이 비즈니스 역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병원이 의료 서비스를 잘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라고 전했다.
CIO에서 CEO를 거쳐 벤처 투자가까지
케빈 호너는 IT 인력 채용 회사 ‘마스테크(Mastech)’의 CEO가 되기 전에 ‘알코아(Alcoa)’의 CIO였다. 그는 “무엇인가 운영하는 게 목표였다. 알코아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알코아에서 재무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알코아의 서비스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재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대차대조표를 같이 보는 사람이 없었다”라면서, “IT를 내부 서비스 비즈니스처럼 운영했다. 비용을 낸 서비스를 소비했다면 단위별로 요금을 청구했다. 내부 비용 요인을 기준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호너는 약 5년간 마스테크에서 CEO로 재직한 후 피츠버그의 부티크 사모펀드 ‘TRC(Three Rivers Capital)’의 운영 파트너로 합류했다. 그는 다시 CIO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직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혁신과 비용의 균형
레빈은 재무적 관점에서 자신이 도입한 기술 혁신이 장기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납득시키고 입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무적 역량이 유용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난 2021년 그의 팀은 새로운 폴라 파크(Polar Park)에 계산대가 없는 매장을 선보였다.
그는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정적 관점에서 식품 판매 손실도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레빈은 “얼리어답터의 이점은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초기에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팀 관계자들은 비용을 완화하고자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스포츠 산업은 사람들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효과가 있으면 모방하게 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레빈에 따르면 팬들이 매장에 입장하기 전 앱을 다운로드하면 AI 및 머신비전이 탑재된 일련의 카메라가 구매하려는 제품을 파악하고 앱과 연동해 결제하기 때문에 팬들은 그냥 패장을 나서면 된다. 그는 “POS [시스템] 또는 키오스크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라며,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계산원이 이제는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한 매장의 홍보대사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IT가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
업계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빈은 “기술에 능숙하거나 놀라운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소통하거나 글로 쓰지 못하면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담당하는 역할을 파악하여 지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트너의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 크리스티 스트럭만은 (비즈니스 역할로) 전환을 원하는 IT 리더들은 마케팅부터 재무, 운영까지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해야 하며, 아울러 적절한 인재 전략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다른 C-레벨 역할로 이동하는 CIO에 관한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이어서 그는 비즈니스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며 비즈니스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CIO/CTO는 IT 환경 때문에 복잡성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전략과 실행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럭만이 인터뷰한 CIO들은 IT를 비즈니스 안의 비즈니스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재무를 두려워하지 말고 조달 및 소싱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것이 비즈니스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CIO들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위험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IT의 핵심은 기업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혁신할 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할 곳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고립되는 것이다. 스트럭만은 “협력 관계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일즈 콜이나 마케팅에 시간을 투자해 어디서 가치를 차별화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단순히 동료 비즈니스 리더와 협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대화에서 배운 감각은 IT 외부의 역할로 이동할 때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그는 전했다. 스트럭만은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테이블에 앉아 대화할 때는 ‘기술 관점에서’라고 말하지 마라. 이는 ‘다른 것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기술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의미를 갖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언어가 평가를 받고, 또한 과소평가를 받게 된다. 기술 부문에서만 기여한다면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