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이 오픈AI(OpenAI)와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이 클라우드 및 생성형 AI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라클이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통적인 ERP와 데이터베이스 벤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오라클은 오픈AI와 5년간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는 계약을 통해 이번 분기 미래 계약 매출이 359%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증가액만 3,170억 달러에 달하며, 회사의 2030년 클라우드 매출을 약 1조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번 계약은 역대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으로, 시장을 뒤흔들 만한 막대한 규모에 따라 기업 리더들은 자사 기술 전략과 IT 스택에 미칠 영향을 서둘러 분석하고 있다.
무어인사이츠앤드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 맷 킴벌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재무 구조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오라클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클라우드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존 고객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
이 같은 대규모 계약은 여러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클라우드 이용 기업 입장에서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가 AWS,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클라우드 ‘빅4’에 합류한 것을 반길지, 혹은 단일 고객이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확보했다는 점을 불안해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킴벌은 “이런 의문은 지극히 합리적”이라면서도, “클라우드 이용 기업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킴벌은 “OCI는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오픈AI가 OCI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오라클이 모든 고객의 요구를 충족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OCI는 각 데이터센터가 동일한 환경을 갖추도록 세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를 통해 워크로드가 어떤 지역에서 실행되든 고객이 동일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OCI 경영진이 고객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정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고객의 경험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오라클의 비용이나 라이선스 조건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킴벌은 서비스 제공 품질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라클이 “매우 체계적으로 실행에 집중하며, 모든 지역에서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킴벌은 또한 “오라클은 대부분의 기업이 존재하기 전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때는 항상 완전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한다”라고 언급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클라우드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데이터 이동 비용, 워크로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거주지 및 지역성, 그리고 기업에 대한 신뢰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킴벌은 OCI, AWS,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가 “용량 계획, 용량 배치, 지역 커버리지 측면에서 이미 상당히 앞서 있다”라면서 컴퓨팅 지원 측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의 AI 투자, 기존 고객에도 이익
킴벌은 “오라클이 여유 용량을 확보하고 모델 확장을 지속한다면 이번 계약은 기존 고객에게도 GPU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트너(Gartner) 부사장이자 애널리스트 치라그 데케이트 역시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클라우드 고객은 이번 계약을 우려 대신 ‘순수한 이익’으로 받아들일 만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오라클 퓨전(Oracle Fusion), ERP, 데이터베이스 고객이 오라클이 클라우드 인프라에 집중하느라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소홀히 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ERP와 데이터베이스가 오라클의 핵심 수익원이자 재무 구조에 중요하게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데케이트는 이번 주 진행된 실적 발표를 근거로 “오라클이 여전히 엔터프라이즈 고객 지원에 확고히 집중하고 있음이 매우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며, 오라클이 앞으로도 데이터베이스와 ERP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혁신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데케이트는 “이는 CIO들이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은 기술적 융합을 통한 혜택을 얻고, 데이터베이스와 ERP 계층에서 더 고도화된 기능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계약이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오픈AI가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을 이행하려면 최소 연간 6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현재 보고된 연간 매출의 6배에 달한다.
오픈AI가 오라클을 선택한 배경
기술적 우려를 넘어, 이번 계약은 오픈AI가 왜 오라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킴벌은 양사가 모두 데이터에 기반해 성장하고 존속하는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오라클이 태생적으로 데이터 관리 플랫폼으로 출발해 초창기부터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왔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클라우드 이전에 등장한 기존 데이터센터 업체의 경우 이 흐름에 적응해야만 했다는 설명이다.
킴벌은 “오라클은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있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동시키며, 다른 기업보다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데케이트 역시 오라클이 2016년 OCI를 출시한 이후 독자적인 클라우드 전략을 전개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오라클이 엔지니어링 역량, 기술력, 빠른 서비스 제공, 그리고 매우 안정적인 고성능 인프라 스택을 기반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버텍스(Vertex)와 제미나이(Gemini)를 오라클에 통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데케이트는 “오라클은 지난 20년 동안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클라우드 전략을 구축해 왔으며, 비교적 제한적인 클라우드 생태계 속에서 스스로를 엔지니어링 혁신 기업으로 전략적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완전히 통합된 풀스택을 지향하기보다는, 인프라 계층에서 차별화된 혁신적 AI 클라우드 스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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