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EU 데이터법 시행에 맞춰 일부 구글 서비스에서 클라우드 데이터 전송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데이터 트랜스퍼 에센셜’을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벤더 종속을 완화하고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이 12일(현지시각) 발효되는 EU 데이터법 핵심 조항을 앞두고 EU와 영국 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벤더 종속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의 새 서비스인 ‘데이터 트랜스퍼 에센셜(Data Transfer Essentials)’은 한 기업이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구글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전송할 때 발생하는 이그레스 비용을 면제한다. 구글은 이 서비스가 EU 데이터법 제34조(제8장)에 직접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 조항은 고객이 동시에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라고도 부르는데, 해당 조항은 실제 발생한 데이터 이그레스 비용만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윤을 덧붙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병렬 처리는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도입한 기업에게 특히 중요할 수 있다. 기업은 지금까지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여러 클라우드 플랫폼에 걸쳐 설계해 왔으며,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데이터 전송 비용과 성능 저하 측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다.
구글은 데이터 트랜스퍼 에센셜이 서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기업의 두 서비스 간에 비용 최적화된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SQL(Cloud SQL), 스패너(Spanner), 앨로이DB(AlloyDB), 빅테이블(Bigtable), 빅쿼리 스토리지 API(BigQuery Storage API), 클라우드 런(Cloud Run)을 포함한 총 21개 구글 서비스를 지원한다.
규제 요구 이상을 제시한 구글
구글은 새 서비스 도입 배경에 대해, EU와 영국 고객의 병렬 처리 비용을 없앰으로써 데이터법이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입장은 삭제됐지만, AWS는 네트워크월드(NetworkWorld)에 보낸 이메일 답변을 통해 EU 고객에게 인하된 요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기업 고객의 약 90%가 이미 데이터 전송 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용도에 관계없이 매월 100GB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신뢰 확보 전략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신규 서비스 출시는 호감도와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클라우드 및 AI 컨설팅 기업 아스페리타스(Asperitas)의 AI 수석 컨설턴트 데릭 애시모어는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구글의 경쟁적 입지를 강화하는 조치로, 구글이 벤더 종속을 유도하기보다 멀티클라우드 유연성을 지지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즉, 규제 대응일 뿐만 아니라 상호운용성을 점점 더 요구하는 기업 고객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시모어는 이번 서비스 출시가 구글이 대규모의 수익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이그레스 비용이 구글 클라우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으며, 특히 컴퓨팅, 스토리지, 매니지드 서비스 소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그레스 수익 손실보다 클라우드 도입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구글이 얻게 되는 신뢰도와 성장 잠재력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애시모어는 또한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 이그레스 요금의 이윤을 제거하도록 하는 EU 데이터법 조항이 협상력과 유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은 더 이상 이그레스 요금을 고려해 아키텍처를 설계하거나, 이동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만으로 벤더 종속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 절감 효과가 데이터 규모와 이동 빈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봤다. 애시모어는 “페타바이트 규모 워크로드를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이그레스 요금 면제가 연간 수십억 원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상당한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조직에게는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는 전략적 유연성 확보가 더 큰 이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또 다른 기한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오는 2027년 1월 12일까지 데이터 이그레스 요금에서 이윤을 전면 금지하는 데이터 법안의 또 다른 조항인 제29조를 준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데이터 처리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이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변경(또는 온프레미스 인프라로 이동)할 때 어떤 형태의 변경 요금도 부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구글, AWS, MS는 지난해부터 기업 고객이 비즈니스를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이전할 경우 데이터 전송 요금을 면제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EU 데이터법과 더불어 2023년에 영국 경쟁시장청(CMA),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그리고 EU 당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반독점 조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AWS와 구글은 요금 면제를 신청하는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AWS의 경우, 기업 고객이 AWS 지원팀에 요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비용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고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설명했다. 구글 역시 유사한 방식을 적용해 고객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구글 클라우드 팀이 사례별로 검토한 뒤 면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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